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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 ISBN: 9791141615055
- 발행언어: 한국어
- 출시년월: 2026.01
- 쿠팡상품번호: 9304639546 - 27565621874
필수 표기 정보
| 도서명 | 쥬디 할머니 | 저자, 출판사 | 박완서, 문학동네 |
| 크기(파일의 용량) | 133*200*30 mm | 쪽수 | 364 쪽 |
| 제품 구성 | 책1권 | 발행일 | 2026-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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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허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
읽을수록 새로운 박완서 단편소설의 경이로움
거장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한국 대표 소설가 31인이 뽑은 박완서 명단편 10편
박완서 단편이 다다른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다
한국문단을 지탱해온 깊은 뿌리이자 세대를 거듭해 생장하는 거대한 우듬지인 작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박완서 단편소설선 『쥬디 할머니—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1970년 문단에 이름을 알린 이래로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의 장편소설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한 말씀만 하소서』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등의 산문집처럼 수많은 걸작을 선보이며 강한 생명력으로 여전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완서. 그는 집필에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장편소설, 살아낸 삶의 경험 일부를 담아내야 하는 산문을 쓰는 와중에도 놀랍도록 왕성한 활동력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해왔다.
『쥬디 할머니』는 박완서 단편문학의 뛰어난 성취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책으로,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에게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문학동네, 2013, 전7권)에 수록된 9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작품 2~3편을 추천받아 최종 10편을 선해 엮었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며 읽히는 불후의 명작 「도둑맞은 가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뿐 아니라, 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에도 주목할 만한 의외의 작품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등 총 10편이 수록되었다. 가난과 계급성, 가족의 이면과 여성 문제 등 복잡다단한 현실 문제와 인간의 심연을 특유의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묘파해낸 단편들이 담긴 『쥬디 할머니』는 새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해, 과거를 돌이켜 환한 미래를 꿈꾸게 할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공항에서 만난 사람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재이산(再離散)
해산바가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부처님 근처
도둑맞은 가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저자 소개
■ 박완서 │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재학중 육이오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향년 8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까지 사십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미망』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2006년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책 속으로
할머니의 생활은 조금씩 속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조금씩 조심스럽게 일정한 생활 밖의 어떤 지점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상하도록 흥분해서 슈퍼마켓 사층을 갈팡질팡하다가 갑자기 몽유병에 깨어난 것처럼 자신이 왜 거기 있는지 몰라 우두망찰을 할 적이 자주 있었다. _「쥬디 할머니」, 21쪽
행운이 자기 편이란 믿음 때문인지 맹범씨는 자기에게 돌아온 행운을 받아들일 때 과연 받을 만한가 아닌가 망설이거나 개인적인 행운과 그 시대와의 관계에 어렴풋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 시대가 지난 지금도 그 시대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 없었다. 타인이 질문을 던지거나 의혹을 갖는 것도 싫었다. 그의 시각으론 마냥 같은 시대가 계속되는 걸로 보였고 따라서 그 시대를 반성하거나 정리해야 할 까닭은 추호도 없었다. 근데 딴 사람도 아닌, 그의 행운의 덕을 가장 많이 누린 식구들이 행운에서도 가장 꽃다운 데에다 그런 방자한 평가를 내리면서 즐거워하다니 울분이 목줄기를 뿌듯하게 했다. 그는 울분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_「애 보기가 쉽다고?」, 42쪽
그녀가 그때 홀로 맹수였다면 우린 얼마든지 간에 붙었다 콩팥에 붙었다 할 수 있는 토끼나 다람쥐 나부랭이였다. _「공항에서 만난 사람」, 93쪽
굳이 이 두 노파를 한자리에 모시고 싶었음은 내가 발견한 노파들의 어떤 공통점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욕되도록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파라든가 할머니라든가 하는 중성적인 호칭이 안 어울리는 강렬한 여자다움을 못 버렸었다. 여자라는 것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나는 차마 그들을 노파라고는, 할머니라고는 못하겠다. 여자라고밖에는. _「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130쪽
그는 전화 목소리가 그가 찾고 있는 가족이거나, 최소한 가족의 소식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려니 짐작하면서도 예상한 감동이나 기쁨은 일지 않았다. _「재이산(再離散)」, 141쪽
“아들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자가 둘도 많다로 변한 것도 몰라? 꼭 그대로 해야 된다는 법적 제약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 젊은 부부라면 의당 인구문제를 모른 척할 순 없는 거 아니니? 내버려둬. 그애들 자녀의 수는 그애들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게 내버려둬야지, 우리네 부모가 섣불리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_「해산바가지」, 193쪽
저도 창환이를 잃기 전까지는 저절로 살아졌어요. 세월이 유수 같았죠. 한참 자라는 아이나 달력을 보지 않고서는 세월이 빠르다는 걸 느낄 겨를이나 어디 있었나요. 너무 빨라 거스르고 싶었나봐요. 젊어 보인다는 소리 듣는 게 제일 기분이 좋았으니까요. 지금은 아녜요. 젊어졌다는 소리도, 좋아졌다는 소리도 꼭 욕같이 들려요. 그렇다고 늙어 보인다거나 야위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도 아녜요. 그런 소리 들으면 내가 하루하루를 얼마나 힘들게 보내고 있다는 걸 들킨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나면 젊어졌다 좋아졌다, 아니면 어디 아팠느냐, 못쓰게 됐다는 식으로 남의 신체를 가지고 들먹이는 인사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_「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252쪽
나는 어머니의 조용하지만 절실한 몸짓을 통해 이 두 죽음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심하게 우리의 일상을 훼방놓았던가를, 그 훼방으로부터 놓여나려는 간망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가를 아프게 느꼈다. 그것은 소리없는 통곡이요, 몸짓 없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나도 지금 정말은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_「부처님 근처」, 284쪽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 _「도둑맞은 가난」, 327쪽
비로소 나는 내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내 아픔을 정직하게 신음하지는 않을 것이다. _「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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